학벌 컴플렉스 극복하기 – 정승욱님 편

지방 사범대를 졸업하고  그랩 싱가폴의 엔지니어링 매니저가 되기까지

어느날 페이스북에서 삼겹살 파티에서 만났던 지인의 인상 깊은 글을 보게 되었어요. 평소에 스티브라고 부르는 (오빠라고 부르지 않기 위해 영어이름으로 불러요) 정승욱님은 안드로이드 엔지니어계의 네임드라고 익히 들었었어요. 컨퍼런스 같은데서 강연도 많이 하시고, 동남아시아에서 우버를 물리친 그랩이라는 공유차량 유니콘 회사에서 한딱까리 하시는 분이라 전혀 생각지도 못했는데, 학벌 컴플렉스가 있다고 고백하는 글을 쓴거에요. 

아래는 스티브의 글입니다.


학벌 컴플렉스

가까운 지인들에게만 말하는 부분인데 전 사실 학벌 컴플렉스가 아주 크게 있습니다.

흔히 고교시절은 무의욕이어서 수업시간에 잠만 자고 공부는 뒷전에 소위 말하는 지잡대 나왔습니다.

대학 졸업시즌에는 한학기를 앞두고 취업하기 위해 50개가 넘는 서류를 넣었고 가까스로 2~3개의 회사에 합격했기에 너무나도 쉽게 취업하는 공부 잘하고 학벌 좋은 친구들이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근데 사회 나와보니 걔네들이나 저나 뭐 도토리 키재기 수준의 차이밖에 없더군요. 근데 왜 쟤네들은 잘나가고 난 안될까 하는 설움이 복받쳐서 한 4~5년을 매일 같이 책읽고 오픈소스 기여 하고 외부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은건 Google Developers Experts 라는 타이틀이 달게 된 시점입니다. 그 이후에 소위 안드로이드에서 “네임드” 가 되었고 싱가포르 오기전엔 어느 나라 갈지 골라서 왔습니다.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된건 GDE 라는 타이틀 때문이죠.

밑바닥에서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쳤는데 고작 타이틀 하나 바뀌었다고 서류 떨어뜨리던 회사들도 면접 보자 연락오고 가만히 있어도 전화하자 연락오고 링띤, 개인메일은 하루에도 몇개씩 커넥션과 오퍼 메세지로 터집니다.

하지만 저도 압니다. 제 학벌로는 어차피 중간 매니저쯤이 끝이라는 것도. 이동네도 헤드급들은 좋은 학벌로 잘나가는 곳에서 잘 커리어 쌓아서 서로 알음알음 밀어주고 끌어주며 살더군요.

학벌이 중요치 않다고요? 이 엇나간 현실을 똑바로 보죠.

시작이 바닥이면 선택이 1개 있을까 말까하지만 그 중요치 않다는 타이틀로 선택권이 10개가 되는 경우를 겪어봤습니다. 10개 중에서 내 것을 몇개를 만드느냐는 본인이 실력이지만 밥 한공기에 간장 하나 놓고 밥 먹는것과 10첩반상에 밥 먹는 건 엄연히 다른 삶을 만들어줍니다.

적어도 학벌이 중요치 않다는 얘기를 하려거든 그 밑바닥에서 빠져나오려고 죽어라고 달리는 고졸/지잡대 출신들이 먼저 얘기해야 설득력이 있는거죠.


저는 이 글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일단 자기의 컴플렉스에 관해 공개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걸 거의 극복했다는 얘기거든요. 학벌 컴플렉스는 온갖 컴플렉스 중에서도 끈질기게 오래갈 수 있는 것인데, 스티브가 어떻게 그걸 극복하고 이걸 소셜미디어에 글로 쓸 수 있을 만큼 올 수 있었을까가 궁금했어요. 

그리고 스티브가 말했던것처럼,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를 하려면, 이미 학벌을 갖추고 앞으로는 의미없다고 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아닌, 그걸 극복해 낸 사람의 얘기를 듣는 것이 굉장히 의미있다고 생각했구요. 

요새 코로나 사태로 집콕을 하는 것이 안그래도 심심했던 저는 심심해서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되었는데, 어차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거, 가볍게 게스트 초대해서 수다를 떨어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루전날 말도 안되는 B급 광고 인스타그램 포스트를 만들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스티브와의 인터뷰를 기획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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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너무 재밌어서 두시간이나 했지 뭐에요?

시간이 부족한 분들을 위해, 짧게 요약을 하자면 이러합니다. 

스티브는 재수 후에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지방의 사범대를 들어갔대요. 거기서 정보교육 선생님이 되려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범고시를 패스할 자신이 없어서 일단 계약직 선생님을 하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교생실습을 나가서 깨달아요. 

‘아 내가 겁나게 내성적이구나. 애들이 너무 어색하다.’

이걸 깨달은 이후로 스티브는 급 취업으로 방향을 틉니다. 그러나 워낙 수요가 많았던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로 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낙방을 했대요. 어렵게 취업을 한 곳이 한 SI 업체였는데, 거기서부터 그는 늘 방법을 찾아왔어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커리어로 갈 수 있을까? 

3년을 그곳에서 일한 후 국내의 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스티브는 그때부터 자기를 알리는 각종 노력들을 시작해요. 그 중 핵심적인 부분이 아래 세가지 였어요.

1. 컨퍼런스나 각종 행사에서 Public speaking을 하기 

2. 미디엄 (Medium) 에서 영어로 코딩 관련한 글 쓰기 (블로깅)

3. 오픈소스에 코드 올리기 

그 중 1번, 구글의 엔지니어들 관련 모임에 자주 나가서 얘기를 했고, 그러다가 구글에서 각 분야별 전문가를 뽑는 Google Developer Expert (GDE)라는 프로그램에 지원할 기회를 얻게 되고, 합격을 해서 각 나라별로 세명밖에 뽑지 않는 안드로이드 전문가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됩니다. (https://developers.google.com/community/experts

그게 스티브의 커리어를 완전히 바꿔놓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리크루터들에게 연락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이 전 세계의 GDE가 모이는 자리에서 그랩에 조인할 기회도 얻게되죠. 

학벌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더 많은 공부를 해왔고, 지금은 어느정도 그걸 이루게 되었죠. 


두시간 가까이 스티브와 제가 떤 수다는 영상으로 따서 아래 유튜브에 올려두었습니다!

보시고 싶은 분들을 위해 미리 사과를 드리면, 편집은 못했어요 (무리무리). 총 두시간짜리 대화인데, 소리만 들으셔도 좋을것 같아요 🙂 싱가폴 취업 생각하시는 분들 들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