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화가 되어가는 한국

지금은 좋은 멘토이자 친구가 된 네덜란드 은행의 APAC CEO와 점심을 먹을 때였습니다.

인도네시아, 미얀마, 필리핀 등의 emerging market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어서 오피스를 확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한국 오피스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상황이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우리는 몇 년 전에 한국에서 철수하고 오피스를 닫았어요.’ 그리고 그 이유를 식탁에 있는 접시들을 사용해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이 하얀 접시가 한국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이 딸기는 한국의 은행입니다. 한국 은행들은 1차 적으로 자기 회사를 보고, 그리고 2차 적으로는 한국에 있는 자기들의 경쟁사를 봐요. 그리고 한국이라는 접시에만 집중을 해요. 그리고 접시 밖, 즉 한국 밖으로는 관심이 없어요. 한국에서 1등이 되는 것만이 그 사람들에게는 중요하지요.

처음에는 우리도 한국에 있는 우리 클라이언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 오피스를 열고 운영을 했죠.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다른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 fee를 낮추기 시작했어요. 초반에는 우리도 경쟁을 하기 위해 같이 낮췄지만, 나중에는 ‘너네 정말 그러고도 돈이 벌려?’ 라고 생각하게 할만큼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하더군요. 그렇게 낮은 fee를 받으면서 운영할 바에야, 좀 더 profitable한 시장에 투자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였지요. 한국 회사들은 한국 하나에 목숨 걸고 운영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한국 말고도 훨씬 많은 시장 옵션이 있거든요. 한마디로 한국은 글로벌 서비스 회사들에게 ROI가 나오기 힘든 시장입니다.”

한국 회사들이 자국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얘기입니다. 그러나 문제점은, 국내에서 ‘만’ 치열하게 경쟁하는 회사들은 한국 시장, 그리고 한국에서 일하는 직원들조차 갈라파고스화 시킨다는 데에 있습니다.

많은 글로벌 회사들이 한국에 들어왔다가 짐 싸가고 나갔죠. 처음에는 그게 자랑스러웠습니다. 외국 회사에서 한국 회사들과 경쟁을 하다 보면 한국 회사의 부지런한 혁신들에 놀라게 됩니다. 그러면서 왜 저 훌륭한 서비스와 물건들을 좀 더 외국으로 적극적으로 갖다 팔지 않고 국내에서 아등바등하고 있는지 궁금해지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는 질문은 ‘long term으로 어쩌려고 저러지?’ 입니다. 한국 회사들은 장기적 시각과 비전으로 접근한 지속적인 성장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듯 보입니다. 그러면 한국 회사들을 이끌어가고 있는 저 작은 혁신들의 원동력, 경쟁력의 기반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눈물 나는 얘기입니다. 한국 회사들이 Fast follower라는 확고한 비전으로 성장할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자기만의 비전과 전략이 필요한데 그게 부재 되어 있어요. 그래서 한국 회사의 경쟁력은 전략적 우수성, 프로세스의 선진화에서 온 것이 아닌 직원들의 부지런함에 기반을 둔 execution edge에서 나오게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가야할 방향으로 항상 지적되어 온 것이, 제 3차 산업에 해당하는 서비스업이 발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건을 만들어서 수출하는 제조업에는 강하지만, 서비스의 영역에서 글로벌화된 서비스가 더 많이 나와줘야 하고, 그 일들은 그동안 국내 시장을 통해서 돈을 많이 번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개척해줘야 할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서비스 산업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 산업. 한국은 왜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지지부진 할까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제 나름의 답 중 하나는 글로벌과 호환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교육이 산업화 시대에 맞춰진 시스템이라 직원들의 창의력이 부족해서 그럴까 생각했는데,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일하면서 이건 한국 대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의 폐해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를들어 링크드인에서는 인재를 검색하고 최초의 컨택트를 하는 수단을 제공합니다. 즉 HR프로세스의 앞단인 채용단계이지요. 그리고 그렇게 인재를 찾으면 인재를 ‘관리’하는 다른 소프트웨어가 필요하지요. 인재를 관리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들이 엄청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 전 세계적으로 운영하는 인재 관리 소프트웨어만을 만드는 업체들 50개와 링크드인은 솔루션 협약을 맺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를 통해서 후보를 sourcing하면 자동으로 소프트웨어 회사의 시스템과 연동이 되어서 manage를 하게 하는 거죠. 대부분의 글로벌 회사들은 그 50개 안에 드는 HR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솔루션과 연동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했을 때 업무 효율성이 훨씬 높거든요. 그래서 싱가폴 회사들과 미팅을 하면 꼭 이런 소프트웨어와 integration에서 논의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한국 회사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왜냐면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자체 인재 관리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쓰고 있거든요. 초반에는 회사에 역량이 충분하니 자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좋은 생각 같아 보일 수 있습니다. 외국 소프트웨어 회사에 돈을 주고 한국 사정과 잘 맞지도 않는 소프트웨어를 사느니,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를 계열사로 만들면 우리 회사의 비용이 결국 자회사의 매출이 되는 셈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생각일 수 있죠.

문제는 대기업들이 이런 자체 소프트웨어들을 만들어 쓰면 글로벌 서비스들과 호환이 안된다는 것에서 발생합니다. 그런데 애초에 목적 자체가 ‘우리 회사 상황에 제일 잘 맞는 프로그램을 싸게 쓰는 것’이었기 때문에 한국 대기업의 자체 소프트웨어는 외국으로 갖다 팔 생각은 잘 안 하죠. 인력 관리 소프트웨어 같은 자사의 핵심 사업도 아닌데에 직원들의 시간과 노력을 왜 낭비하나요? 글로벌에서 호환이 되는 소프트웨어를 써보면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글로벌과 같은 코드로 일을 해야 그보다 더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해외 시장에 팔 수 있는 겁니다.

대기업이 큰 형 역할을 해주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점 중 하나가 국내 소프트웨어 회사의 경쟁력 약화입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가 싫으면, 국내에 역량 있는 작은 회사에게 ‘글로벌 스탠다드’로 개발을 시키고, 큰 회사는 자기 핵심 사업을 계속 Edge있게 다듬어서 글로벌 경쟁을 할 생각을 해야죠. 큰 회사가 ‘국내에서’ 돈 벌 수 있는 만만하고 짜치는 영역을 다 먹으면 국내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어디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팔며 성장을 하나요? 국내 작은 회사의 입장에서도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는 규모 큰 대기업들을 제외하면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키울 만큼 성장하기가 힘듭니다.

국내 시장은 경쟁으로 포화 상태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더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해외 시장으로 진출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계속 성장하려면 해외로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에 부가가치를 붙여서 팔아야 하고, 그러려면, 회사의 운영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춰서 발전해줘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이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고 배워서 지지부진한 단일 민족 사이의 가격 경쟁보다는 부가가치 창조를 통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아 물론, 직원들이 글로벌로 나가서 싸우는 방법을 알게 되었을 때 만약 한국 회사들이 현재 기업 문화를 유지한다면 그 사람들이 회사에 남을지는 또 다른 이슈 겠지만요.

아무튼 한국 회사들은 지금까지 열심히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해가면 됩니다. 대기업은 지금까지 정말 최선을 다해 잘 달려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해왔고 지금도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거죠. 다만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벤치마킹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습니다. 그것이 효과적인 길이었으니까요. 이제는 게임의 규칙을 만들어가고 판을 짜야할 시점인 것 뿐입니다. 이제는 과거에 해왔던대로 해서는 뒤로갈 수밖에 없는 위치인 것 같습니다. 넓고 깊게 생각해 본적도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판을 만든 경험도 없으니 앞으로 해야할 숙제겠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큰 기업은 그런 아이디어에 기반한 불확실성을 다루는데 익숙하지 않으니까 스타트업들이 글로벌에서 잘해주기를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해온 것이 우리의 최선이었고, 이제 다음 국면을 준비하면 되죠. 그래서 글로벌 화를 잘 해내는 것이 젊은 세대의 몫입니다. 한국의 갈라파고스화와 무의미한 무한 경쟁을 멈추기 위해선 기업이든 개인이든 눈을 밖으로 돌려야 합니다. 우린 위기와 변화에 강하니까 빠르게 진화할거라고 믿어요.

여담이지만, 정부가 한식의 글로벌화를 엄청 추진했잖아요? 그 중에서 제일 밀었던 음식이 비빔밥인걸로 압니다. 요새 싱가폴에서는 한국 식당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데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이른바 코리안 BBQ라고 불리는 고기구이류 입니다. 삼겹살, 갈비 이런게 엄청 인기가 많아요. 우리는 정작 고기를 구워먹는 게 뭐가 한국적이냐?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음식에서 한식의 글로벌 화가 터졌습니다. 역시 중요한 건 분석보다는 실행과 에러인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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